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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초록목록(草錄木錄) (2024.03.15)

by 책이랑 2024. 3. 22.

새학기가 시작된 3월, 폭포책방에서 서문수  3월 모임을 했습니다. 근황에 대해 말씀을 나누었고, 우수동아리지원사업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누었어요. 50+ 센터에서 하는 것과 같은 오디오북을 위한 낭독에 강좌도 추가해보기로 했습니다. 

읽으면 와 닿았던 대목을 찾아서 돌아가며 낭독을 해 보았어요. 글에 과학적인 사실도 있고, 식물에 대한 지식도 있고, 인생에 대한 태도, 마음가짐에 대한 것도 있어서 읽을 맛이 나는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같이 낭독했던 꼭지들입니다. 저자가 뉴스퀘스트에  연재했었던 글들이기에 쉽게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기사본문에 사진이 책보다 더 많이 있어서 좋았어요.

3월의 후반부는 새학기 피로감이 누적되는데 더웠다 추웠다 해서 감기 등으로 컨디션 난조를 겪기 쉽지요. 우리 틈틈이 휴식하면서 잘 지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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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수국의 시간

    꽃도 차도 일본의 원종에 의존하는 수국의 현실이 내심 아쉬웠는데 최근에는 자생하는 우리 산수국의 가치가 밝혀지고 있다.

    산수국 잎 추출물이 인체의 면역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안동대학교 정진부 교수팀이 확인했다.
    묵묵히 우리 자생식물의 가치를 밝히는 연구에 매진하는 그 연구실을 나는 따뜻한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었는데, 최근 반가운 소식을 국제학술지에서 보게 되어 크게 기뻤다.
    하동군이 국내의 화장품 연구개발 회사와 협력하여 산수국에서 피부의 개선과 체지방 감소에 효능이 있는 추출 성분을 밝혔다는 소식도 들었다.
    우리 자생식물의 가치가 널리 알려지는 일은 언제 들어도 꽃소식처럼 설렌다. 
    산수국 말고도 한반도에는 바위수국과 등수국이 울릉도와 제주도의 숲과 계곡에서 자란다.
    그리고 제주의 성널오름 근처 계곡에는 몇 그루 안 남은 성널수국이 그들의 서식지를 간신히 지키고 있다.
    (pp.104)


    [...] ]
    이맘때 일본에서는 오랜 전통과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수국 축제가 지역의 자랑처럼 곳곳에서 개최된다.
    일본을 베껴 쓰듯이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수국 축제가 호화롭게 열린다.
    수국이 탐스럽게 피어 있는 사진과 축제의 초대 문구를 보고 있자면 나는 자꾸만 서운한 마음이 앞선다.
    이 땅에서 나고 자란 수국들과 함께하는 우리의 축제가 열렸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다.
    지금은 수국의 시간.
    한반도의 숲과 계곡에서 가만히 피고 지는 우리의 산수국과 바위수국과 등수국과 성널수국을 나는 만나러 가는 중이다.
    (pp.106)

    산수국은 우리 땅에서 나고 자라는 자생식물이다. 화려한 재배 수국에 뭇 관심이 집중될 때 산수국은 깊은 숲에서 조용히 피고 진다. 수국에 비해 장식꽃이 많이 달리지 않아서 산수국은 다소 차분한 모양새다. 무더기로 심어서 기르는 수국과 달리 있어야 할 자리에 띄엄띄엄 뿌리내리고 사는 편이다. 그 자태가 청초하고 품격있어 보인다. [사진=허태임(국립백두대간수목원 연구원)] 출처 : 뉴스퀘스트(https://www.newsquest.co.kr)

    https://www.newsquest.co.kr/news/articleView.html?idxno=85647

     

    [2] 감태나무의 암그루만 사는 세상

    해외 수목원과 정원의 가드너들은 우리 감태나무를 유망한 조경수로 점치고 있다. [허태임(국립백두대간수목원 연구원)] 출처 : 뉴스퀘스트(https://www.newsquest.co.kr)

    마른 잎을 달고 겨울을 나는 활엽수 중에 감태나무는 저 혼자 매우 특별하다.

    잎이 마를지라도 그 모든 잎을 한 장 한 장 반듯하게 유지해서 결코 휘거나 비뚤어진 모습을 보이지 않으니까.

    봄이 와서 새순이 돋아날 때까지 묵은 잎을 떨구지 않고 온전히 지키는 감태나무는 그래서 겨울에 특히 더 근사하게 보인다.

    무엇보다도 마른 잎의 색감이 압도적이다.

    다소 옅은 갈색에 핑크를 몇 방울 톡 섞은 듯 인디핑크와 에쉬핑크 그 어디쯤 되는 빛깔은 내게서 와, 하는 감탄의 소리를 기어코 뽑아내고야 만다. (pp.185-186)

    https://www.newsquest.co.kr/news/articleView.html?idxno=93071

     

    [3] 오래, 크게, 홀로 자라는 팽나무

    팽나무 고목의 짙은 녹음.(경남 창녕군 옥천리) 출처 : 뉴스퀘스트(https://www.newsquest.co.kr)

    홀로 자라는 것도 팽나무의 성품이다. 이는 효과적으로 자식을 생산하기 위해 계획된 전략이다. 팽나무는 과즙이 많은 달콤한 열매를 새와 동물들에게 제공하고, 그들은 팽나무 씨앗을 퍼뜨리는 산포자가 된다. 덕분에 팽나무는 모수 가까이에 모여 자라지 않는다. 이것은 자식을 멀리 보내어 더 좋은 환경에서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과도 닮았다.... 제주도에서는 팽나무를 '폭낭'이라 부른다...... 제주에는 팽나무 고목이 특히 많은데, 그들을 신성시하여 '신목' 또는 '우주목'이라 부르기도 한다. 제주시 한림에 가면 아름답기로 유명한 명월리 팽나무 숲이 있다. 조선 후기 유학자들과 시인들이 어울려 풍류를 즐기던 장소로, 명월대가 있는 문수천을 따라 수령 500년 이상의 팽나무와 푸조나무가 울창한 자연림을 이루고 있는 곳이다.

    <나의 초록 목록 p.130>

    https://www.newsquest.co.kr/news/articleView.html?idxno=78988

     

    [4] 봄꽃의 북진

    2월 초순부터 꽃이 피는 변산바람꽃. 하얀 꽃잎처럼 보이는 것은 꽃잎이 아니라 꽃받침이다. 곤충의 눈에 잘 띄어 수분매개에 성공하기 위한 전략이다. 꽃 아래에는 잎처럼 보이는 &lsquo;꽃싸개잎&rsquo;이라는 기관을 추가로 만들어 잉태에 성공할 때까지 씨앗이 될 꽃의 밑씨를 완벽하게 보호한다. [사진=허태임(국립백두대간수목원 연구원)] 출처 : 뉴스퀘스트(https://www.newsquest.co.kr)

    저녁 7시 40분. 강행군을 마치고 무사히 돌아왔다. 오늘 봄꽃을 만난 게 마치 먼 나라의 일처럼 아득해져서 나는 무언가를 불러내본다. 존경하는 신경 의학자 올리버 색스는 노년에 시한부 판정을 받고 '나의 생애 (My Own Life)'라는 글에서 이렇게 썼다. '무엇보다 나는 이 아름다운 행성에서 지각 있는 존재이자 생각하는 동물로 살았다. 그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특권이자 모험이었다.' 이른 봄꽃을 시작으로 식물의 개화와 개엽이 숲을 차츰 초록으로 채울 것이다. 꽃을 틔우고 꿀을 빚고 열매의 육즙을 채워 씨앗을 지키는 식물의 생애. 그것을 기록하는 나의 생애는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특권이자 모험'이다. '지각 있는 존재이자 생각하는 동물'로서 '이 아름다운 행성'을 오늘도 내일도 내내 조화롭게 지키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여장을 푼다. 

    밤 9시 남쪽 밤하늘에 등장한 오리온자리가 총총 핀 남도의 봄꽃 같다. 오래지 않아 꽃들의 북진이 시작될 것이다. 

    https://www.newsquest.co.kr/news/articleView.html?idxno=82127

     

    [5] 여름의 싸리

    삼색싸리. 조록싸리와 닮았지만 꽃 한 송이에 세 가지 색이 담겨 있다. 남부지방의 산지에 드물게 자라는 편이다. [사진: 허태임] 출처 : 뉴스퀘스트(https://www.newsquest.co.kr)

    부엌살림에서 싸리나무는 대 하나에도 쓰임이 달리 있다며 할머니는 그 사용법을 내게 긴밀하게 알려준 적이 있다.

    복날 가마솥에서 닭이 얼마나 잘 익었는지 확인할 때는 싸리나무의 굵은 밑단을 써야 하고 제삿날 산적 꼬치를 꿸 때는 반드시 싸리나무의 가늘고 뾰족한 윗대를 써야 한다고.

    고운 꽃이 꿀도 많아서 벌을 치기에 좋고, 어린 순은 묵나물로 먹고, 회창거리는 줄기는 끊어서 그늘에 말렸다가 차로 마시고, 엄지발가락만 한 굵기의 대는 활을 만드는 살로, 새끼손가락만 한 굵기의 대는 밭에서 고춧대로, 얄브스름한 대는 한 단씩 얽어서 물에서 고기잡이 어롱으로 썼다는 싸리의 면면을 할머니는 어떤 고마움에 대한 화답처럼 내게 말하고는 했다.

    여름이 오면 그래서 나의 마음은 부쩍 그들을 향하게 된다. 고약한 뙤약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당당한 기세로 그 고운 꽃 피워내는 여름의 싸리에게로.

    https://www.newsquest.co.kr/news/articleView.html?idxno=86937

     

    [6] 낙지다리와 쇠무릎 

    툭 튀어나온 줄기의 마디가 마치 소의 무릎을 닮았다고 해서 &lsquo;쇠무릎&rsquo;이라 부른다. 비름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한반도를 비롯하여 동아시아 일대에서 널리 자란다. 식물 쇠무릎과 실제 소의 무릎 사진(왼쪽과 가운데). 빈터만 있으면 어디서나 잘 자라는 쇠무릎의 강인한 생명력(오른쪽) [사진=허태임(국립백두대간수목원 연구원)] 출처 : 뉴스퀘스트(https://www.newsquest.co.kr)

    그 결과들을 분석해서 종과 종 사이의 거리를 재단하는 일이 식물분류학자의 업이라지만, 자연에서 일어나는 복잡하고도 미묘한 관계와 현상들을 구명하는 일이 가당하기나 한 것인지 때로는 회의감과 절망의 감정들이 나를 찾아오기도 한다.

    그럴 때면 그 일에서 잠시 벗어나서 식물 본연의 모습에 집중하게 된다.

    이를테면 낙지의 다리처럼 생긴 낙지다리와 소의 무릎을 닮은 쇠무릎을 그저 가만히 바라보는 것. 그리하여 사랑하는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내가 동력을 얻는 가장 완벽한 방법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식물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것을‘식멍’이라고 해야 할까. 

    https://www.newsquest.co.kr/news/articleView.html?idxno=90159

     

    [7] 미나리와 습지의 공생

    ‘서울개발나물’의 등장은 식물학계에 배후습지에 대한 중요한 화두를 던졌다.

    미나리처럼 ‘산형과’에 속하는 습지식물인 서울개발나물은 극동아시아의 희귀식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02년 서울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하천 주변의 습지에 드물게 출현하다가 1967년 서울 구로의 습지에서 마지막 모습을 남긴 채 돌연 사라져 남한에서는 멸종한 것으로 여겼었다.

    십 년 전 낙동강 어느 습지에서 그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서울개발나물이 새롭게 발견된 낙동강 습지의 환경과 과거 그가 채집된 서울과 전주의 습지에 대한 기록을 맞추어 보니 해답은 배후습지에 있었다.

    서울개발나물은 배후습지에 뿌리를 내리는 식물이고 그가 사라진 것은 배후습지의 소멸에서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

    환경부는 서둘러 서울개발나물을 멸종위기종으로 새롭게 지정하고 배후습지를 추적하여 서울개발나물의 복원 사업을 계획했다. 

     

    서울개발나물. 미나리처럼 산형과에 속하는 습지식물로 극동아시아의 희귀식물이다. 1902년 서울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하천 주변의 습지에 드물게 출현하다가 1967년 서울 구로의 습지에서 마지막 모습을 남긴 채 돌연 사라져 남한에서는 멸종한 것으로 여겼었다. [사진=김진석] 출처 : 뉴스퀘스트(https://www.newsquest.co.kr)

     

    4월 토론도서 - 이처럼 사소한 것들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과 언론의 호평을 받으며 베스트셀러에 오른 이 책은, 자신이 속한 사회 공동체의 은밀한 공모를 발견하고 자칫 모든 걸 잃을 수 있는 선택 앞에서 고뇌하는 한 남자의 내면을 그린 작품이다. 키건 특유의 섬세한 관찰과 정교한 문체로 한 인간의 도덕적 동요와 내적 갈등, 실존적 고민을 치밀하게 담아냈다. 저자의 열렬한 팬으로 유명한 아일랜드 출신의 배우 킬리언 머피는 직접 제작과 주연을 맡아 이 소설을 영화로 만들고 있으며 현재 모든 촬영을 마친 상태이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 - 10점
    클레어 키건 지음, 홍한별 옮김/다산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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