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7일 금요일, 폭포책방에서 서문수 5월 모임을 했습니다. " 작가가 '10여 년간 붙들고 지낸 여러 질문'에 대한 답을 이 소설로 건넨다."라고 소개된 <단 한사람>입니다.열여섯이 된 목화가 사람이 죽어가는 현장에서 한사람씩만 구하게 된 이야기 입니다. 우리 사회에 너무 많은 재난과 고통, 그리고 죽음에 대한 무력함에 대한 이야기입니다.세월호, 이태원 등의 사회적인 대형참사와 끊임없이 일어나는 노동자들의 사고사, 청소년, 청년들의 자살 등까지 우리사회에 만연한 죽음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모르겠는 적이 많습니다. 이 작품은 그걸 주요주제로 삼았습니다.
토론의 끝무렵에는 만연한 죽음을 줄이는데 나는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되었어요. 작품 속 주인공처럼 꿈을 통해 유체일탈을 해서 참사나 사고 현장에 직접가지는 못하지만, 참사와 사고에 대해 더 예민해지고, 마음의 고통을 겪고 있는 주변사람의 마음에 대해 민감해지면 목화가 했던 '중개인'의 역할을 조금이나마 하는 것이고, 모두가 조금씩 그렇게 하면 죽음이 줄어들 것입니다.
단 한사람을 살리는 것은 한세계를 구하는 일이기에 작다고 할 수 없겠지요.
단 한 사람 - 최진영 지음/한겨레출판 |
열여섯 살이 된 목화는 현실처럼 생생한 죽음의 순간을 경험한다. 비참은 세계에 가득하여 사람들은 투신해 죽고, 차에 치여 죽고, 살해당하고, 노동하다 죽는다. 투신하는 이의 몸을 받아내던 순간, 목화는 자신이 단 한 사람만은 살릴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수백 수천의 죽음 중 목화가 구할 수 있는 것은 단 한 사람. 나무 이파리 하나 정도의 힘으로 단 한 사람을 구하는 '중개'가 반복되면서 목화는 살리는 자의 숙명이 할머니인 임천자와 엄마인 장미수를 거쳐 자신에게 전승되었음을 알게 된다.
목차
[1] 책 읽은 소감
▶우리가 겪은 사회적 참사들이 생각났다. 그리고 노동자들의 죽음 등 매일같이 벌어지는 피하고 싶은 죽음들을 다루었다.
▶많은 것을 다루었는데, 좀 정리가 덜 된 느낌이기도 하다.
[2] 중개인 역할에 대한 임천자-장미수-목화의 태도
할머니 '임천자'- 순응 단 한사람이라도 살릴 수 있는 '기적'
엄마 '장미수'는- 고작 한 사람을 살리는 악마의 일이라며 경멸
목화- 더많은 사람을 살리지 못해 안타까워 함. 한사람을 살리는 삶의 의미를 생각해봄
임천자는 그 밤 내내 생각했다. 젊은 시절 자기가 살리던 단 한 명들처럼 자기 또한 누군가의 단 한 명이었을 가능성에 대하여. 그렇게 살아났기에 사람을 살리는 일을 맡았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날이 밝았고, 임천자는 무사히 산에서 내려왔다. P. 163
그러나 자기가 구한 사람들처럼 단 한 명인 목화는, 세상의 모든 사람처럼 오직 단 한 번의 삶을 살아가는 신목화는 임천자의 죽음과 장례를 지켜보며 마침내 운명을 수긍했다. 기꺼이 받아들였다. 목화가 인정하고 받아들인 이상, 온전히 자기 것으로 거둔 이상 이제 그것은 목화의 것이었다. 임천자의 단 한 명은 기적. 장미수의 단 한 명은 겨우. 신목화의 단 한 명은, 단 한 사람. 한 사람을 살리는 일이었다.
P. 233
목화는 너무 많은 사람을 구하지 못해 고통스러워으나 끌 사장의 말처럼 산 사람을 살리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목화가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살아난 '단 한 사람'을 찾아다녔다. 그들을 보았다. 그렇게 목화는 나아가는 길을 택했다. 그리고 나무의 지시가 아닌 자신의 마음으로, 자발적인 마음을 전했다. 마음을 다해 명복과 축복을 전하는 일. 죽어가는 사람과 살아난 사람의 미래를 기원하는 일.(p.221)
아무튼 이모의 나무와 내 나무는 다른 나무가 맞지?
언젠가 목화는 바란 적 있다. 살아본 뒤 깨달을 진실이 부디 엄마와 같은 내용은 아니기를. 먼저 겪은 사람으로서 루나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다면, 목화만이 할 수 있는 말이 있다면 그건 절대 체념이나 허무만은 아니었다. 비극이나 냉소도 아니었다.
힘들더라도 난 좋은 일을 하는 거라고 생각할 거야.
루나의 목소리에서 긍지가 느껴졌다.
어쨌든 사람을 살리는 일이니까.
그러나 목화는 먼저 말하지 않을 것이다. 루나의 마음에는 루나의 신이 있다. 그리고 나갈 길 또한 있다. 목화는 루나의 말을 긍정하며 들었다. 그것이 지금부터 시작될 목화의 일이었다. P. 250
[3] 등장인물들
일화:
일화는 노력하면서 노력하는 자신을 비웃었다. 1등을 놓치지 않으면서 1등을 놓치지 않으려는 자신을 경멸했다. 어른 이 되면 잘 살고 싶었지만 어른이 될수록 불행해질 것 같았 다. 자기는 노력하는 인간이니까. 결국 오태수 같은 애들이 치고 올라갈 테니까.
정원
정원에게 목화는 자기를 반영하는 거대한 감정덩어리였다. 가장 사랑하면서도 가장 하찮게 여기는 존재. 믿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자 무심한 말 한마디의 진의를 의심하는 상대. 그 간극을 만드는 사람은 목화가 아니었다. 한정원의 상황이었다. -P. 134
알아. 나도 너처럼 그렇게 내몸에 얼굴을 파묻고 이 지긋지긋한 인생을 구덩이에 다 묻어버리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 있어. 엊그제도 그랬고 어쩌면 내일도 모레도 그럴 수 있겠지. 하지만 오늘은 그러지 않을게.
너를 보고 있을게. 네가 네 손으로 네 인생을 파묻지 않도록 내가 감시해 줄게. P. 195
[4] 인상깊은 구절
홀로 남은 나무 주변을 뒹구는 푸른 이파리와 나뭇가지.
수수께끼처럼 남은 그루터기.
그와 같은 죽음은 처음이었다.
그처럼 강제적인 죽음은.
세월에 순응해 쓰러지거나 비바람에 뿌리째 뽑히거나속부터 썩어 마침내 부러지는 나무는 숱했다. 쓰러지고 뽑힌 뒤에도 나무는 그 자리에서 숲이 되었다. 그루터기만 남기고 줄기는 통째로 사라져버리는 기괴한 죽음은 300년이몇 번씩 거듭되는 동안 단 한 번도 없었다. 숲에서 보고 들은 죽음과 완전히 달랐다. 그러므로 그것은 죽음이 아니었다. 이별 또한 아니었다. 훼손이었다. 파괴였다. 폭발이자 비극이었다. P. 19
물을 마신 뒤 목화가 물었다. 눈이 왜 오는지 알아? 어둠 속에서 목수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목화가 말했다. 겨울이니까. 대기 중에 수증기가 많고 기온은 영하니까. 목수에게는 느닷없는 말이었지만 이제 막 중개를 끝낸 목화에게는 그런 것이 필요했다. 과학 이론, 자명한 사실. 설명 가능하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것. 목화는 눈에 대한 정보를 계속 떠올렸다. 수증기와 구름. 영상과 영하 기온이 낮을수록 눈 알갱이는 단단하고 작다. 함박눈은 비교적 덜 춥고 바람이 불지 않을때 내린다. 기온과 습도에 따라 눈의결정(結晶)은 결정된다. 똑같은 결정은 없다. 각각 다른 눈송이는 결국 녹아 사라진다. 무미건조한 사실에 불과한데도 생각할수록 감정이 섞였다. 왜 모두 다를까 다른 삶을살다가 결국 죽을까. 생명은 어째서 태어날까. 탄생이 없다면 두려워할 죽음도 없을 텐데. P. 103
목화는 자기를 둘러싼 나무에게 호소하듯 말했다. 숲속의 날개 달린 것들에게, 흙이 되어가는 죽은 것들에게, 가장 먼 곳까지 이동하는 바람에게 애원하듯 말했다. 당신들이 모두 연결되어 있음을 알아. 가서 그 나무에게 전해, 당신의 일을 대신하는 나에게 예의를 갖추라고. 나를 도구로만 쓰지 말라고. 나 또한 한 번뿐인 삶을 사는 단 한 명임을 기억하라고
P. 153
왜 모두 다를까. 다른 삶을 살다가 결국 죽을까. 생명은 어째서 태어날까. 탄생이 없다면 두려워할 죽음도 없을 텐데.
영원한 건 오늘뿐이야. 세상은 언제나 지금으로 가득해. 목수야, 언젠가 나를위해 작은 배를 만들어 바다에 띄워줄래? 목수는 그 말을목화에게 전할 수 없었다. 마치 금화의 작별 인사 같았으니까. 하지만 금화는 ˝언젠가˝라고 했다. 쌍둥이에게 시간을맡겼다. 목수는 더 기다릴 수 있었다.
제주도의 창세신화에는 대별왕과 소별왕이라는 쌍둥이 형제가 등장한다. 인간 세상을 누가 다스릴지를 두고 대별왕과 소별왕은 내기를 한다. 소별왕은 대별왕을 속여서 내기에 이긴다. 동생의 속임수를 알고도 속아준 선한 형은 저승의 주인이 되고 이기심과 욕심으로 형을 속인 악한 동생은 이승의 주인이 된다. 그러므로 저승은 선하고 거짓 없이 맑은 곳. 이승은 거짓과 욕심과 이기심으로 탁한 곳. 그 신화에서 목화는 죽은 사람에 대한 산 사람의 사랑을 느꼈다. 당신이 죽어서가는 그곳은 맑고 선한 곳이길 바라는 마음. 이곳에서 당신을 괴롭히던 경쟁과 이기심과 욕심에서 자유로워지길 바라는 기원. 대별왕의 저승은 마치 우주 같았다. 우주에는 이치와 균형만이 있다.
P. 207
상실 앞에서 슬픔은 마땅했다. 그것을 너무 오랫동안 미뤄왔다. 그래서 금화가 찾아왔는지도 모른다. 꼬맹이 쌍둥이가 걱정되기도 했겠지만, 그보다 더 큰 바람은, 이제 마땅한 슬픔으로 나를 기억해 줘. 기약 없는 희망으로 나를 외롭게 두지 마. 죽음은 사라짐. 말도 안 되는 죽음은, 느닷없는 죽음은, 쓰러진 나무에 깔린 사람이 갑자기 사라져버리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많다. 바로 그런 죽음을 숱하게 지켜보면서도 목화는 오랜 세월 금화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너무 가까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신 죽겠다고 기도했기 때문이다. 사랑하기 때문이다. P. 235
그 나무는 너무나도 오랜 세월 존재했다. 그동안 엄청나게 많은 생물이 나타났다가 멸종했고 진화했으나 도살되었다. 돌로 만든 무기로 동물을 사냥하고 무리 지어 이동하며 빠른 속도로 다른 생물을 몰살시키던 인류는 순식간에 핵폭탄과 우주선을 만들었다. 전쟁을 일으키고 서로를 학살하고 자연을 파괴했다. 그 모든 과정을 지켜봤다면 과연 인류라는 종을 돕고 싶을까. 살리고 싶을까. 나무가 주는 생명은 은총이 아닐 수도 있다. 삶이라는 고통을 주려는 것인지도. 그러나 삶은 고통이자 환희. 인류가 폭우라면 한 사람은 빗방울, 폭설의 눈송이, 해변의 모래알. 아무도 눈이나 비라고 부르지 않는 단 하나의 그것은, 보이지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 그것은 금세 마르거나 녹아버린다. 순식간에 사라져버린다. 어쩌면 그저 알려주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너를 보고 있다고. 생명체라는 전체가 아니라, 인류라는 종이 아니라 오직 너라는 한 존재를 바라보고 있다고.P. 232~233
영원한 건 오늘뿐이야.
세상은 언제나 지금으로 가득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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