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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독서토론-토론후기

작별하지 않는다(2024.1.19)

by 책이랑 2024. 3. 22.

1월 19일 금요일  7시 폭포책방에서 서문수 1월 모임을 했습니다. 도서관 끝난 후라 우리끼리 두런두런 얘기하기에 좋았어요.  도서관의 조명이 눈이 부셨던 것이 좀 흠이었습니다. 읽은 소감과 인상깊은 귀절, 문학적 장치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고, 맨 끝에는 작가가 이 소설을 다 쓰고 쓴 산문인 <출간 후에> 를 돌아가며 읽었습니다. 

토론에서 나누었던 말씀대로 4.3은 알게 되면 힘들어지기에 피하고 싶은 마음도 드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작가가 이끄는대로 나아가면서 힘들었지만 작가의 인터뷰를 읽어보면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알아주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는 일인 것 같습니다.


다음 토론은 2월 16일 금요일 7시이고 
문미순 작가의 <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으로 토론할 예정입니다.

 

 

목차

     

    <작별하지 않는다>

    작별하지 않는다 - 10점
    한강 지음/문학동네

     

    작품은 총 3부로 나뉘어져 있다. 1부 '새'로 시작돼 2부 '밤', 그리고 3부 '불꽃'으로 끝맺음 된다.

    한강 작가는 "이 책은 인간성이 밤 아래로 계속 내려가서 그 아래서 촛불을 밝히는 이야기라고 생각을 했다. 3부로 이루어져 있는데 1부는 서울에서 눈보라를 뚫고 제주까지 날아가서 폭설을 헤치고 인선의 외딴 집까지 가는 과정이고, 2부는 인선의 집에서 과거로 갔다가 3부에서는 인간성 아래로 끝까지 내려가 촛불을 밝히는 구조로 되어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끝까지 작별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작별은 부정문인데 작별한다는 것은 정말 헤어지지 않는다는 것도 있지만 이별을 고하지 않고 이별을 행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 두 가지가 중첩되어 있는 것이다. 이별을 고하지도 않고, 행하지도 않아서 정말 작별하지 않은 상태가 이 제목의 의미"라고 설명했다.

     

    [1] 책 읽은 소감


     이런 것이 문학의 힘이다 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4.3에서 20만 사망 등의  단순한 사실을 들을 때와는 달랐다. 이야기로 표현되어 있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었지를 느끼고, 받아들이게 된다.
    - 작가도 화자인 경하처럼 초예민한 사람인 것 같고 자신의 작품에서 잘 못빠져 나오는 사람인것 같다. 구토가 나올 정도의 두통에 시달리고, 다른 수가 없을 때 껌으로 견디고 있는 초예민한 사람이 하는 이야기를 옆에서 조심스럽게 듣는 느낌이었다.

    무딘 칼로 안구 안쪽을 도려내는 것 같은 통증을 견디며 나는 차가운 차창에 머리를 기댄다. 언제나 그랬듯 통증은 나를 고립시킨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내 몸이 시시각각 만들어내는 고문의 순간들 속에 나는 갖힌다. 통증이 시작되기 전까지의 시간으로 부터, 아프지 많은 사람들의 세계부터 떨어져 나온다.p.120

     

    ▶ 듣는 사람이 같이 아픔을 느끼게 된다. 나에게는 로드 무비처럼 생생했다. 서울에서 제주, 제주에서 눈길을 헤치고 인선의 집을 찾아가고는 것이 눈에 보이는 것 같다.

    살아있는 사람의 얼굴에 눈이 내리면 따뜻해서 눈이 녹을 것이다, 그러니 만일 우리가 살아 있는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의 고통을 이해하는 따뜻함, 뜨거움을 가져야 한다, 차가운 사물들이 나열된 이런 소설을 써서 말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 경하-인선-정심으로 이어지는 이어달리기가 성공의 주요소인 것 같고 폭력에 관한 글이 폭력적일 수도 있는데 폭력적이지 않게 썼다고 느꼈다.

    이 책에 나오는 눈, , 촛불은 작고 연약한 것들인데, 결코 약한 존재는 아닌 것 같다.
    작품의 화자인 경아도 통증에 시달리는 약한 여자이지만 그런 고통을 당하면서도 이야기의 끝까지 갔다.


    인선의 엄마인 정심도  딸의 눈에는 약해보였는데  알고보니 강한 인물이었다. 연골이 다 닳아서 걷지 못하는 상태였지만 끝까지 가려고 했고 이렇게 가야 된다고 이끌었던, 심지가 굉장히 단단한 사람이다.

    도 그렇다. 작지만 끊임없이 계속 내린다는 점에서 그 어떤 것보다 더 위협적일 수 있다.

    눈처럼 가볍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러나 눈에도 무게가 있다, 이 물방울만큼.새처럼 가볍다고도 말한다. 하지만 그것들에게도 무게가 있다. p. 109

     

    2017년인가에 한반도 전쟁설이 나돌았을 때 한강 작가가 뉴욕타임즈에 전쟁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글을 썼다. 맨부커상으로 해서 얻은 유명세를 그렇게 쓴 것이 감동이었다.

    https://brunch.co.kr/@budnamuu/89

     

    첨예한 대립 상황에서 오직 대화와 평화를 통한 해법을 말하는 남한 정부에 미국의 대통령은 말한다. "그들은 오직 하나만 이해할 뿐이다." 이건 정확한 의견이다. 한국인들은 정말로 하나만 이해한다. 평화가 아닌 해법은 무의미하며, "(전쟁을 통한) 승리"란 공허한 슬로건일 뿐인데다 터무니없고 불가능하다는 것을 우리는 이해한다. 또 다른 대리전을 분명하게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지금 여기, 한반도에.

    다가올 날들을 생각할 때마다, 나는 지난 겨울의 촛불을 떠올린다. 매주 토요일이면, 남한 곳곳의 도시에서, 부패한 정부에 맞서 수십만의 시민들이 모여들어 시위하며 함께 노래했다. 종이컵에 꽂은 촛불을 들고, 대통령은 하야하라고 소리치면서. 나 역시 거리에서 나의 촛불을 들어올렸다. 그때, 우리는 그것을 "촛불집회" 또는 "촛불시위"라고 불렀고, 이제 우리는 그것을 "촛불혁명"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오직 사회를 촛불이라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방식으로 변화시키길 바랐고, 결국 이를 현실로 만들어낸 사람들ㅡ아니, 그저 나약하고 순수한 존재로 이 세상에 태어남으로써 존엄을 지닌 수천만의 인간들ㅡ은 카페와 찻집과 병원과 학교의 문을 매일같이 열면서, 매순간 새로이 밀려오는 미래를 향해 한 번에 한 걸음씩 함께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누구인가, 이들에게, 평화가 아닌 다른 시나리오를 이야기하는 자들은?

     

    [2] 인상적인 장면

    거대한 검은 구름들이 강풍을 타고 전진하고 있다. p.130

     

    제목이 뭐야?
    밀폐용기에 담긴 것을 나무 숟가락으로 덜어 주전자에 넣다 말고 인선이 물었다.
    우리 프로젝트 말이야.
    미소 띤 얼굴로 나를 돌아보며 그녀는 주전자에 생수를 부었다.
    생각해보니 내가 제목을 묻지 않았어.
    나는 대답했다.
    작별하지 않는다.
    주전자와 머그잔 두 개를 양손에 들고 걸어오며 인선이 되뇌었다. 작별하지 않는다.
    작별인사만 하지 않는 거야, 정말 작별하지 않는 거야?
    아직 주전자의 부리에서 김이 솟지 않았다. 비등점을 넘어서려면 더 기다려야 한다.
    완성되지 않는 거야, 작별이? pp.192-193

     

    계속해 봐야지, 일단은
    그건 인선의 오래된 말버릇이었다.p.50

     

    무엇을 생각하면 견딜 수 있나.
    가슴에 활활 일어나는 불이 없다면.
    기어이 돌아가 껴안을 네가 없다면.p. 134

    엄마나 아빠나 자식때문에 힘들기도 하지만 이들이 살아갈 수 있는 또 원동력이 된다.

    이해할 수 없다. 그는 나의 혈육도 지인도 아니다. 잠시 나란히 서 있었을 뿐인 모르는 사람이다. 그런데 왜 작별을 한 것처럼 마음이 흔들리는가? p.122

     

    눈처럼 가볍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러나 눈에도 무게가 있다, 이 물방울만큼.
    새처럼 가볍다고도 말한다. 하지만 그것들에게도 무게가 있다.p.109

     

    더 내려가고 있다.
    굉음 같은 수압이 짓누르는 구간, 어떤 생명체도 발광하지 않는 어둠을 통과하고 있다. p.281

     

    [3] 애도, 고통

    제발트의 소설을 읽다가 발견한 내용인데 자식, 부모 등 자신에게 중요한 사람이 죽으면 그사람이 없는데도 자기가 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의미를 잃게 되고, 그걸 찾으려고 1020년 고투를 하는데, 끝내 의미를 못찾으면 자살로 생을 마감 하게 되는 거라고 한다. 그렇게 보면 정심은 그걸 이긴 대단한 사람인 것 같다. 끝까지 놓지 않고 끝까지 작별하지 않아서 가능했던 것 같다.

    이야기는 끝까지 애도를 멈추지 않고 뜨거움과 끈질김으로 끝까지 애도를 멈추지 않고 
    작별하지 않고 싸운 사람이었던 정심에 대한 이야기
    https://www.newspim.com/news/view/20231114000941

     

    가까운 친구가 우울증을 겪으며 모임에도 잘 안나왔었다. 하지만 메시지로 너는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존재야 너는 정말 너무 우리에게 좋은 친구야 이렇게 계속 보냈었다. 나중에 그말이 많이 고마웠다고 했다. 수렁에서 나올 때는 이렇게 잡고 나올 바깥의 끈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등 비빌 사람이 없이 홀로 살아간 정심의 외로움은 감히 상상할 수가 없다.

    고통스러워도 잊지 말아야 하는 이유
    손가락을 바늘로 계속 찔러서 피가 계속 흘러야 손이 살아난다는 것이다.  그 내용을 이렇게 세세하게 묘사가 될 줄 몰랐다. 찔리는 고통이 있어야 끊어지않고 이어진다는 것인데 우리가 이거를 기억하는 거 되게 고통스러운데 그렇더라도 잊지 말고 계속 이어야 된다는 의미라고 생각된다.

    트럭 짐칸에서 의식이 들었는데,잘린 손가락에서부터 무서운 아픔이 뻗어나오고 있었어.그런 아픔은 그전까지 상상도 못했고,지금 말로 할 수도 없어.시간이 얼마나 지나갔는지,누가 나를 어디로 싣고 가는지 알 수 없었어.옆눈으로 끝없이 흘러가는 나무들을 보면서 지금 한라산을 넘어가고 있나, 짐작했을 뿐이야.택배 박스들, 굵은 고무 끈들, 때묻은 담요들, 바퀴가 녹슨 수레 사이에서 나는 반쯤 죽은 곤충처럼 꿈틀거리고 있었어.까무러칠 것같이 아팠는데,정말 차라리 까무러치고 싶었는데, 왜 그때 네 책 생각이 났는지 몰라.거기 나오는 사람들, 아니, 그때 그곳에 실제로 있었던 사람들말이야.아니, 그곳뿐만 아니라 그 비슷한 일이 일어났던 모든 곳에 있었던 사람들 말이야.총에 맞고,몽둥이에 맞고,칼에 베여 죽은 사람들 말이야.얼마나 아팠을까?손가락 두 개가 잘린 게 이만큼 아픈데.그렇게 죽은 사람들 말이야, 목숨이 끊어질 정도로 몸 어딘가가 뚫리고 잘려나간 사람들 말이야.  p.56



    사실 보도연맹 사건을 겪은 사람들이 많은데 언급만으로도 주변 사람들이 엄청난 불이익을 받았다. 그래서 내용이 거의 알려지지 않고 나왔고, 이제 그직접 겪은 세대들은 다 돌아가셨고, 겪은 인물들 중에도 인선이 어머니처럼 나이 어린 사람만이 남은 시점인 것 같다.

    국민보도연맹은 1949년 6월 이승만 정권이 좌익 관련자를 전향시켜 관리할 목적으로 만든 단체다. ‘보도’는 보호하고 인도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좌익 활동과 관련없는 사람도 가입시켰다.

     

     그 겨울 삼만 명의 사람들이 이 섬에서 살해되고, 이듬해 여름 육지에서 이십만 명이 살해된 건 우연의 연속이 아니야. 이 섬에 사는 삼십만 명을 다 죽여서라도 공산화를 막으라는 미군정의 명령이 있었고, 그걸 실현할 의지와 원한이 장전된 이북 출신 극우청년단원들이 이 주간의 훈련을 마친 뒤 경찰복과 군복을 입고 섬으로 들어왔고, 해안이 봉쇄되었고, 언론이 통제되었고, 갓난아기의 머리에 총을 겨누는 광기가 허락되었고 오히려 포상되었고, 그렇게 죽은 열 살 미만 아이들이 천오백 명이었고, 그 전례에 피가 마르기 전에 전쟁이 터졌고, 이 섬에서 했던 그대로 모든 도시와 마을에서 추려낸 이십만 명이 트럭으로 운반되었고, 수용되고 총살돼 암매장되었고, 누구도 유해를 수습하는 게 허락되지 않았어. 전쟁은 끝난 게 아니라 휴전된 것뿐이었으니까. 휴전선 너머에 여전히 적이 있었으니까. 낙인찍힌 유족들도, 입을 떼는 순간 적의 편으로 낙인찍힐 다른 모든 사람들도 침묵했으니까. p. 317

     

    4.3 사건에 대해서 알게 된 건 얼마 안 됐다. 조금 알고 있는 내용들 조금만 떠올려도 너무 가슴이 아프다.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지 않았다라는 게 거기서 너무 느껴지고 섬이라 아무데로도 도망을 못 간다는 그 상황이 얼마나 절박했을지. 알고 나면 너무 가슴이 아파서 피하게 되는 것 같다.

    자료가쌓여가며 윤곽이 선명해지던 어느 시점부터 스스로가 변형되는걸 느꼈어, 인간이 인간에게 어떤 일을 저지른다 해도 더이상 놀라지 않을 것 같은 상태…. 심장 깊은 곳에서 무엇인가가 이미떨어져나갔으며, 움푹 파인 그 자리를 적시고 나온 피는 더이상붉지도, 힘차게 뿜어지지도 않으며, 너덜너덜한 절단면에서는 오직 단념만이 멈춰줄 통증이 깜박이는.......p.316

      촛불

    나가르쥬나라는 불교철학자는 윤회를 촛불 이어 켜기로 설명했다. 촛불이 다 탔을 때 다른 초에 불을 붙이면 먼저 초가 사라져도 촛불은 이어지는 것처럼, 윤회란 초가 아닌 촛불의 이어짐, 에너지의 이어짐이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그 사람들의 모습은 사라졌지만 우리가 그 사람을 기억하고 있으면 그사람이 여전히 살아있는 거라는 의미일 것 같다.

    애니메이션 코코에 나오는, 이승의 사람이 기억하지 않으면 영생에 사는 그 혼이 사라지는 그런 설정이 생각난다.


    저는 그 마지막 장면에 초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우리가 기억하지 않고 이거를 잊어버리면 그 촛불이 그냥 꺼지고 마는 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경하가 몇 개 남은 성냥을 챙겨서 나갔고 하나를 켰는데 하나가 꺼지고 또 하나 켰는데 꺼지고 하는게 실감나게 그려졌다. 조마조마했지만 꺼지지 않고 끝나니까 다행이다 이런 생각이 들었고, 의미가 굉장히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사라지지 마. 불이 당겨지면 네 손을 잡겠다고 나는 생각했다. 눈을 허물고 기어가 네 얼굴에 쌓인 눈을 닦을 거다. 내 손가락을 이로 갈라 피를 주겠다. 하지만 네 손이 잡히지 않는다면, 넌 지금 너의 병상에서 눈을 뜬 거야. 다시 환부에 바늘이 꽂히는 곳에서. 피와 전류가 함께 흐르는 곳에서. 숨을 들이마시고 나는 성냥을 그었다. 불붙지 않았다. 한번 더 내리치자 성냥개비가 꺾였다. 부러진 데를 더듬어 쥐고 다시 긋자 불꽃이 솟았다. 심장처럼. 고동치는 꽃봉오리처럼. 세상에서 가장 작은 새가 날개를 퍼덕인 것처럼.p.324

     

    근데 촛불은 또 바람에 흔들리고 꺼지기 쉽다.  약하다. 촛불을 모아서 촛불 혁명을 해냈다. 

    작은 새지만 촛불에 비쳐 그림자가 커졌던 것처럼 증폭의 의미도 있을 것 같다. 그걸 기억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지만 한강작가 같은 사람이 이렇게 작품을 써서 이 이야기를 증폭을 핬다. 그리고 저 너머에 있던 사람들이 찾아 와서 우리에게 말을 걸며 하는 얘기를 이제 들을 수 있게 되었다.

    한강 작가는 "이 책은 인간성이 밤 아래로 계속 내려가서 그 아래서 촛불을 밝히는 이야기라고 생각을 했다. 3부로 이루어져 있는데 1부는 서울에서 눈보라를 뚫고 제주까지 날아가서 폭설을 헤치고 인선의 외딴 집까지 가는 과정이고, 2부는 인선의 집에서 과거로 갔다가 3부에서는 인간성 아래로 끝까지 내려가 촛불을 밝히는 구조로 되어 있다"고 소개했다.
    한강 기자 간담회 https://www.newspim.com/news/view/20231114000941

     

    ● 새, 빛, 새가 죽는 것

    - 새들은 빛이 사라지면 그냥 바로 잠든다는 건 무슨 뜻일까?

    - 멀쩡히 있다가 탁 떨어져 죽는데, 왜 죽어가고 있으면서 말하지 않았을까 하는 거
    - 새는 이쪽 봤다가 저쪽을 봤다가 고개를 자꾸 이렇게 흔들어서 보는데, 이건 자기시선 말고 다른 걸로 좀 보라는 건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모른다, 새들이 어떻게 잠들고 죽는지.
    남은 빛이 사라질 때 목숨도 함께 끊어지는지.
    전류 같은 생명이 새벽까지 남아 흐르기도 하는지. p.135


    새들이 건강해 보이는 건 믿을 수 없어, 경하야.
    끝까지 고개를 들고 횃대에 매달려 있다가, 떨어지면 이미 죽은거야.
    p.171

    샤프펜슬을 쥔 손을 내 그림자 밖으로 뻗었다. 계속해서 각도가 바뀌는 새의 윤곽을 따라 벽에 선을 그었다. 새는 양안시가 아니기 때문에 자꾸 얼굴을 움직여 전체의 상을 보는 것라고 했다. 무엇을 보려고 하는 걸까. 그림자만 남아도 보고 싶은게 있나. p.207

     

    [4] 문학적 장치에 대해


    중간중간 즉, 손이 잘리고, 수술과 통증 등등을 말하면서도 광주 학살이라든지 제주 4.3을 조금씩 스치듯이 던져놓았다. 그렇게 여운이 남을 수 있는 방식으로 표현되었다대놓고 얘기하지 않고 스토리 내용을 통해서 그 안에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을 넣어주고 이야기로 풀어간다.

    하늘과 이 세상 연결하는 존재로서 라는 설정
    4.3의 희생자들이 휩쓸려 갔다는 바다가 확 드러나는 꿈 등이 인상적이다.

    문학적 장치라는 걸 느끼지 못할 정도의 솜씨
    <소년이 온다>에서 소년이 등장하는데 이거 나중에 회수할 어떤 장치로 보이지 않고 책을 따라 읽다보면 어느 순간에 어디 딱 도착해 있는 듯한 약간 홀려서 읽게 된다. 표면에 내세우지 않았지만 공감할 수 있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경하가 친구가 다쳤다고 해서 병원에 갔을 때 벽면에 있는 치료 사진을 못 보고 지나가는 거런 장면이 있는데 그 부분을 읽으면서 내가 전에 어떤 병원에 갔을 때 봤던 벽면의 사진 등이 저절로 떠올랐다. 이게 작가의 힘인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다.

     

    [5] 토론소감


    작가가 끝에 고통을 느끼는 것 자체가 사랑한다는 뜻이고 살아있다는 뜻이니까 이것을 알고, 이 정도로 생각하는 것도 사랑이라는 뜻도 되는 것 같다. 여린 눈송이 하나하나가 뭉치면 엄청난 에너지가 되는 것처럼 그냥 알고 고통을 느끼기만 해도 충분하고,  시절이 무르익으면 그때 어떤 힘으로 나타날 것이다.

    ▶눈은 내리고 또 내리고 될 때까지 내린다. 이번에 녹아도 내년에도 눈이 다시 찾아온다.

    마음 아파서 외면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작별하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보면 큰 힘이 발휘될 수 게 도울수 있을 거라는 말이 큰 위로가 된다.우리가 언젠가는 응집할 알찬 알맹이 하나씩이 된다는 위안을 갖고 간다.

    바쁜데 한 거 없는 것이 지나가지만 그래도 한 달에 한 번은 책을 읽고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이 굉장히 좋다. 빨리 가고 싶어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오늘도 그럴 수 있어서 참 좋은 날이었다.

    ◎ 한강작가 인터뷰 -한강 “공기 같은 혐오... 마주하고 질문하지 않으면 위험해”

    “인간이란 거대한 수수께끼...
    역사적으로 절멸·학살은 혐오의 문제
    우리는 타인의 고통 느끼는 존재언어로 연결될 수 있다고 믿어
    살아있는 한 희망이…
    빛을 향해 나아가야”


    https://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4297

    ‘왜 직접 겪지 않은 5.18을 다뤘나’는 질문엔 이렇게 답했다. “우리는 고통을 느끼는 인간이니까 다 연결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언어라는 불완전한 도구를 통해 아주 깊이 내려가서 뭔가를 말하면, 읽는 사람이 같이 깊이 내려와서 읽어준다고 믿어요. 그 믿음이 없다면 쓸 수 없어요. 문학이 존재할 수 없어요. 우리가 연결될 수도 없고요. 내가 속한 작은 테두리 안에서만 글을 쓸 수 있다고는 생각해본 적 없습니다.”

    『소년이 온다』 집필 과정은 “압도적인 고통”이었다고 그는 한 인터뷰에서 고백한 적 있다. “제게도 독자들에게도 고통스러운 소설이었어요. 결국 사랑 때문이 아닐까요. 인간이 싫다면서도 인간을 믿고 사랑하니까 무너져내리고 찢기는 아픔을 느끼는 거죠.”

    그러면 “사랑에 대해 한번 써봐야겠다” 마음먹고 내놓은 소설이 『작별하지 않는다』다. 『소년이 온다』를 쓰면서 남겨둔 이야기를 붙잡고 있다가 수년 만에 빛을 본 작품이다. 제목은 “애도, 사랑하는 일을 멈추지 않겠다는 결단을 담아 지었다.” 한강 작가는 “어떤 고통은 지극한 사랑을 증거한다. 또는 지극한 사랑에서 고통이 스며 나온다. 사랑과 고통은 그렇게 이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요즘은 차기작을 쓰고 있다. 해외 독자들과도 만난다. 올가을부터 『작별하지 않는다』가 노르웨이 등 해외에 번역 출간될 예정이다. 영역판 제목 후보는 『We Do Not Part』다.

    “힘들 때는 어떻게 글을 쓰냐”는 질문엔 이렇게 답했다. “우울하고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우리가 살아 있는 한 실낱같은 희망은 있지 않나 생각해요. 생명은 언제나 빛을 원하니까요.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은 싸우며, 기어가며,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 뉴스 타파 당신이 보지 못한 민간인학살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진실화해위원회가 펴낸 한국전쟁 민간인희생 조사보고서 252권을 전수조사했다.

    그리고 누가 언제 어디서 민간인을 얼마나 학살했는지 그렸다. 말 그대로 대한민국 전역이 피로 물든 지도가 모습을 드러냈다.

    진실화해위에 진실규명을 신청한 사건을 토대로 집계한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피해자 규모는 57,882명 가량이다. 물론 빙산의 일각이다. 전문가들은 실제 피해 규모의 5%~10%만 진실 규명 신청이 들어온 것으로 보고 있다.

    6만 명 가까운 희생자 가운데 우리 국군과 경찰이 학살한 민간인은 41,082명으로 전체 희생자의 71%나 됐다. 무차별 폭격 등 미군에 의한 학살이 8,814명으로 15%, 북한인민군과 좌익세력이 학살한 민간인은 7,986명으로 14%다.

    뉴스타파는 학살, 보복, 재보복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에게서 살아남지 못한 이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https://pages.newstapa.org/2023/07_koreanWar/index.html

     

    [6] 한강 작가의 다른 작품들

    1) 눈 3부작

     

     
    '눈 3부작'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 - 10점
    한강 외 지음/문예중앙
    작별 - 10점
    한강 외 지음/은행나무
    작별하지 않는다 - 10점
    한강 지음/문학동네

     

    2) 디 에센셜 한강

    작가의 핵심 작품들을 큐레이팅하여 한 권으로 엮은 스페셜 에디션 ‘디 에센셜The essential’. 문학동네에서 출시하는 디 에센셜 한국작가 편은 ‘센세이션’이라는 키워드 아래, 독자들에게 강렬한 독서 경험을 선사하며 한국문학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작가를 선정한다. 작가의 작품세계를 고루 조망해 수록작을 선정하고 표지와 편집을 새로이 한 ‘디 에센셜 한국작가 편’

    디 에센셜 한강 (무선 보급판) - 10점
    한강 지음/문학동네

     

    [7] 출간 후에 

     

     

    ※추천 영화- 페르시아어 수업

    페르시아어를 배우기 원하는 독일군 장교 ‘코흐’

    살기 위해 페르시아인이라고 거짓말을 한 유대인 ‘질’

    ‘질’은 살아남기 위해 
    '코흐'에게 가짜 페르시아어를 가르치고 매일 밤 거짓으로 단어를 만드는데···

    깊어져가는 의심 속 페르시아어 수업의 비밀을 지켜야 한다!
    http://www.cine21.com/movie/info/?movie_id=59905

     

     

    영화 [페르시아어 수업] 상세정보

    페르시아어를 배우기 원하는 독일군 장교 ‘코흐’ 살기 위해 페르시아인이라고 거짓말을 한 유대인 ‘질’ ‘질’은 살아남기 위해 '코흐'에게 가짜 페르시아어를 가르치고 매일 밤 거짓으로

    www.cine21.com

     

    ※ 한강작가 NYT기고문 관련 논란

    https://slownews.kr/67281

     

    '대리전 논란', 한강은 억울하다 - 슬로우뉴스.

    뉴욕타임스가 소설가 한강의 칼럼 'While the U.S. Talks of War, South Korea Shudders(미국이 전쟁을 말할 때 남한은 전율한다)'를 실은 것은 10월 7일이다. 북한과 미국 간의 신경전이 물리적 대결 국면으로

    slownews.kr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 (리커버) - 10점
    문미순 지음/나무옆의자
     매해 걸출한 장편소설을 배출해온 세계문학상, 그 열아홉 번째 수상작인 문미순 작가의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이 출간되었다.

    185편의 응모작 가운데 심사위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이 작품은, 간병과 돌봄의 무게를 홀로 감당하는 두 주인공이 벼랑 끝에 내몰린 현실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희망의 빛을 찾아가는 잔혹하고도 따뜻한 이야기다. 치매 어머니를 간병하는 50대 여성 명주와 뇌졸중 아버지를 돌보는 20대 청년 준성은 잇따르는 불운과 가혹한 현실에 좌절하던 중 예기치 못한 부모의 죽음에 직면하자 그 죽음을 은폐, 유예한다. 막다른 길에서 그들이 감행하는 결단과 선택의 과정을 작가는 입체적이고 치밀하게 그리며 설득력 있는 서사를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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