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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독서토론-토론후기

어떻게 지내요(2022.2.14)

by 책이랑 2023. 6. 20.

 

2월 15일 화요일, 서문수 2월 토론을 했습니다. 오랫만에 4명이 토론해서 '북적북적'해서 좋았습니다. 어제 토론한 <어떻게 지내요>는 병으로 인해 안락사를 계획하는 친구에게  같이 있어달라는 요청을 받은 화자가 겪는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작품은 화자가 '전'남친의 강좌에 참석하기 위해 에어비엔비를 이용하는 장면에서 시작하는데요,  화자와 친구의 이야기 뿐 아니라 주변사람의 사소한 신변이야기, 인용 등등, 질적으로 다른 여러종류의 글들이 섞여 있습니다.

저는 그래서 소설이라기보다는 에세이가 아닌가 생각이 들고, 그런 점이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토론에서 그 '느슨함이 마음에 들었다'는 말씀을 듣고나니, 좋아보이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이런 기회로 다르게 생각해보기를 해보게 되네요.

만일 화자처럼 가까운 친구에게 이런 부탁을 받으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같이 이야기 나누어 보았고요, 딸과 끝내 화해지 못한 화자의 친구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어 보았습니다.  나의 죽음을 결정할 권리,  그런 상황에서 생길 수 있는 관계에서의 마찰, 환자에 대한 사회적인 차원의 돌봄체계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소설이라는 가상의 이야기를 통해서, 죽음의  과정에 대한 생각을 점검해 보게 되었습니다.


3월 토론은 대통령선거 투표날 전날인 8일을 건너뛰고

세번째 화요일인 3월 15일에 이언 매큐언의
<칠드런 액트>로 토론하기로 했습니다.

 

어떻게 지내요
What Are You Going Through
시그리드 누네즈 지음, 정소영 옮김/엘리

죽음을 앞둔 암 환자와 떠나는 안락사 여행이라는, 언제라도 심각한 사건이 벌어질 것 같은 이 상황이 대체 어떻게 되려나 싶지만, 소설은 그게 뭐 대수냐는 듯이 흘러간다. 이야기는 죽음의 무게에 압도되지 않고 그 역시 삶의 여느 한 과정에 불과하다는 듯이, 일상에서 지나치는 순간순간을 찬찬히 곱씹으며 나아간다. 소설은 스쳐가
는 삶의 심상한 풍경들을 의미가 있는 듯이 의미가 없는 듯이 그려내고, 그 인생의 단면들은 쓸쓸하고, 아이러니하고, 때때로 웃긴다. 모면할 수 없는 고통 앞에서 무겁기만 할 것 같은 우리의 삶이 대체로 그러하듯이. 

- 알라딘 책소개- 


“Woman A often thinks about growing old. At the same time, she often thinks back to those years when old age seemed a very distant thing, more like an option than a law of nature.”

 

P. 122
어떻게 지내요? 이렇게 물을 수 있는 것이 곧 이웃에 대한 사랑의 진정한 의미라고 썼을 때 시몬 베유는 자신의 모어인 프랑스어를 사용했다. 그리고 프랑스어로는 그 위대한 질문이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무엇으로 고통받고 있나요(Quel est ton tourment)?

 “The love of our neighbour in all its fullness simply means being able to say, ‘What are you going through?’”,

 

P. 131
다들 그런 식이야. 친구가 말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싸우기를 바라는 거지. 암에 대해 그런 식으로 배워왔으니까. 환자와 질병의 싸움이다. 곧 선과 악의 싸움이다. 행동에도 옳은 방식이 있고 그른 방식이 있다. 강한 대응과 나약한 대응. 투사의 방식과 포기자의 방식. 이기고 살아남으면 영웅이 돼. 지면, 글쎄, 아마 온 힘을 다해 싸우지 않은 거겠지.


P. 149
모험? 모험이라면, 우리는 서로 다른 두 모험에 나선 것이었다. 친구의 모험은 나의 모험과 완전히 달랐고, 앞으로 아무리 함께 생활을 한다 해도 우리는 다분히 혼자일 터였다.
이 세상에 태어날 때는 적어도 둘이 있지만, 떠날 때는 오로지 혼자라고 누군가 말한 적이 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그럼에도 그것은 모든 인간 경험을 통틀어 가장 고독한 경험으로, 우리를 결속하기보다는 떼어놓는다.
타자화되다. 죽어가는 사람보다 더 그런 사람이 누가 있을까? 

P. 166~167
누가 한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헨리 제임스일 수도, 아닐 수도 있는데, 세상에는 두 종류의 인간이 있다고 했다. 고통받는 사람을 보면서 내게도 저런 일이 일어날 수 있어, 생각하는 사람과 내게는 절대 저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야, 생각하는 사람. 첫 번째 유형의 사람들 덕분에 우리는 견디며 살고, 두 번째 유형의 사람들은 삶을 지옥으로 만든다. 

“I don't know who it was, but someone, maybe or maybe not Henry James, said that there are two kinds of people in the world: those who upon seeing someone else suffering think, That could happen to me, and those who think, That will never happen to me. The first kind of people help us to endure, the second kind make life hell.”

P. 213
그게 사는 거야. 그런 거야. 무슨 일이 있건 삶은 이어진다. 엉망의 삶. 부당한 삶. 어떻게든 처리해야 하는 삶. 내가 처리해야 하는. 내가 아니면 누가 하겠는가?

“당신의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삶의 의미는 삶이 끝난다는 것이죠. 카프카가 말했듯이요.”

“그냥 서로 화해할 수 없다는 사실과 내가 화해를 했어.”

“망할, 망할, 망할! 죽어라 애쓰고 죽어라 계획해봐야 제대로 되는 게 단 하나도 없네!” 

“Dying is a role we play like any other role in life: this is a troubling thought. You are never your true self except when you’re alone but who wants to be alone, dying? But is it too much to want somebody somewhere to say something original about it? Not”

“Someone has said, When you are born into this world there are at least two of you, but going out you are on your own. Death happens to every one of us, yet it remains the most solitary of human experiences, one that separates rather than unites us.”

 

 

3월 토론 도서입니다.

칠드런 액트 - 10점
이언 매큐언 지음, 민은영 옮김/한겨레출판

 


 

명망 높은 고등법원 판사 피오나 메이는 어느 일요일 밤 남편의 갑작스러운 선언으로 인해 결혼생활이 무너질 위기에 처한다. 그와 동시에 법원으로부터 긴급한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된다. 백혈병으로 죽어가는 17세 소년 애덤에게 강제로 수혈을 할 수 있도록 허가해달라는 병원의 청구였다.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아이의 부모는 아들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수혈을 거부하고 있으며, 스스로 결정권이 있는 18세 생일까지 3개월이 남은 아이 역시 같은 견해라는 것이었다. 사흘 안으로 판결을 내리지 않으면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서 피오나는 애덤이 자신에게 일어날 일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지 알기 위해, 그리고 개인의 종교적 신념에 법정이 어떻게 권한을 행사할지에 대해 정확한 답을 얻고자 직접 소년을 만나보기로 한다. 피오나는 그렇게 어두운 병실에서 애덤을 마주하게 되고 이 만남으로 비롯한 연쇄적인 사건들은 애덤뿐만 아니라 피오나의 인생에도 예기치 못한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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